제목 | 컬트 오브 더 램 | 출시일 | 2022년 8월 12일 |
개발사 | 매시브 몬스터 / 디볼버 디지털 | 장르 | 액션 경영 어드벤처 |
기종 | PS4/PS5/XBO/XSX/NS/PC | 등급 | 12세 이용가 |
언어 | 자막 한국어화 | 작성자 | Sawual |
‘컬트 오브 더 램’ 은 두가지 표현으로 스스로를 수식한다. 바로 ‘로그라이크 액션’ 과 ‘생존 경영’ 이다. 이렇게 완전히 다른 두 개의 플레이 핵심, 장르를 결합한 게임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수많은 게임들은 두가지 서로 다른 플레이 메소드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해서 자가당착에 빠지곤 한다.
흔히들 게임을 개별 장르로서 나누는 측에서는 이런 게임을 복합 장르라고 부르곤 한다. 이 게임의 두 축은 액션과 경영이다. 로그라이크 같은 세부적인 요소를 떼고 본다면 시도 자체는 나쁘지 않다. 더 큰 부류로 가서 경영의 기반 위에 전투, 탐험 같은 다른 요소를 위에 올려서 성공을 거둔 게임은 지금까지 많다. 생존자 설계를 통해 체계적인 각종 외부 요소에 대처하도록 한 ‘림월드’ 가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결국 이러한 이른바 복합 장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요인은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각각의 장르적 플레이를 얼마나 잘 구현했는가, 그리고 다른 하나는 둘 사이의 균형을 얼마나 잘 잡았는가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두가지는 딱 나뉘어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며, 어느정도는 상충되기도 하고 어느정도는 서로를 보완하기도 하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거기에 더해 이 게임은 게임 플레이 뿐만 아니라 게임의 테마 그 자체에서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이 게임이 가장 주목받은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귀여우면서도 섬뜩한, 동물들이 잔뜩 등장하는 잔혹 우화 같은 그래픽과 연출 때문이다. 종교를 다룬다는 자칫 민감할 수도 있는 소재를 우화적 표현 기법과 코스믹 호러 테마를 잘 결합시켜 불쾌함과 귀여움의 기묘한 중간 선을 유지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 게임의 줄타기는 어떻게 평형을 유지하고 있을까. 일단 그 답은 ‘줄 위에 올라간 것들을 가볍게 한다’ 다. 이게 무슨 말인지 이제 차근차근 확인해보자.
■ 로그라이크 맛 살짝 첨가, 단순하고 호쾌한 전투
게임은 4대 신에게 제물로서 바쳐진 어린 양이 옛 신인 ‘기다리는 자’ 의 선택을 받아 부활하여 4대 신을 처단하고 기다리는 자의 종교를 다시 세우는 과정을 그린다.
먼저 액션과 전투 파트에 대해 이야기하자. 사실상 경영과 어드벤처 요소가 이 게임의 빌드업을 담당한다면 전투는 그 결과를 보는 단계다. 4대 신에 맞춰 4개의 던전을 4번 클리어해 각각의 던전의 신을 죽이도록 되어 있으며 그 다음은 스포일러다. 즉, 게임 클리어를 위해 요구되는 볼륨 자체는 상당히 작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 던전에 들어가면 갈래갈래 이어진 스테이지를 이어가 중간 보스/최종 보스가 기다리는 스테이지로 가게 되며, 각 스테이지는 여러 개의 방이 절차적 생성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액션은 굉장히 호쾌하고, 시원하고, 잽싸다. 단지 스틱 이동에 공격, 구르기, 액티브 스킬 사용의 3가지 동작만 있지만 각각의 동작이 반응성이 좋고 빠르며, 타격시 이펙트도 좋아서 액션의 감각 자체는 매우 만족스러운 편이다.
무기를 고르고, 스킬을 고르고, 타로 카드를 채우고, 싸운다.
이 액션을 구성하는 무기와 액티브 스킬, 그리고 스테이지 구성 및 이를 클리어하며 던전 안에서 강해지는 구조는 로그라이크의 그것을 따왔다. 기본적으로 무기와 액티브 스킬은 던전의 시작 단계에서 뽑고, 진행 중 랜덤하게 교체할 기회가 주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화의 핵심 요소는 바로 타로 카드다. 일종의 패시브 스킬을 모아둔 구성으로 대체로 스테이지마다 한 번 씩 획득할 수 있다. 타로 카드는 상자에서 떨어지기도 하는데, 상자에서 한장씩 랜덤하게 떨어지는걸 제외하면 획득시 언제나 제시된 두장 중 하나를 고르게 되어 있다.
타로 카드의 효과는 당연히 누적되고 이를 무기와 스킬에 맞춰 얼마나 잘 선택하여 마지막 보스방까지 캐릭터 빌딩을 하며 가는지가 중요하다. 타로 카드의 효과는 대체로 간단하다. 공격 속도를 올리거나, 공격력을 올리거나, 또는 추가 생명력 또는 임시 생명력을 준다. 물론 그보다 좀더 유틸리티적인 면모가 돋보이는 카드도 존재한다. 어떤 것을 고를지는 제시된 내에서는 플레이어의 선택이다.
던전 한바퀴를 도는 동안 가게 되는 스테이지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가장 기본적인 스테이지는 몬스터가 등장하는 방 여러 개가 이어져 있는 곳이다. 그중 한 방에는 타로 카드 상인이 숨어있는게 기본. 그 외에도 자원을 얻을 수 있는 자원 스테이지, 추종자를 구출할 수 있는 스테이지, 추가 상점 스테이지 등이 있다.
마지막 스테이지는 항상 각 던전의 탐사 단계를 담당하는 중간 보스/보스와의 일전이다. 각 던전은 4번까지 클리어 카운트가 누적되고, 4번째에서 각 던전을 담당하는 4대 신 중 하나를 만나게 된다. 이들 보스는 훨씬 커진 몸집에 특별한 패턴을 사용하고, 이 보스를 제압해야만 던전의 클리어 단계를 올릴 수 있다.
이 게임의 액션은 흔히 로그라이크에서 많이 쓰이는 무작위 요소와 절차적 생성, 단계별 목표 등 기존 액션 게임의 여러 작법을 채용하고 있지만 그 정도와 각 요소의 면면은 꽤 다르다. 이를테면 절차적 생성으로 스테이지를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그다지 큰 의미가 있는 요소가 아니며, 절차적 생성으로 난이도가 급격히 변화하지도 않고 거기에 대처하는 요소도 미미하다.
로그라이크의 특징 중 하나인 누적되지 않는 성장은 스테이지에서 카드를 뽑고 무기를 뽑는 부분에서는 그대로 작동하지만 스테이지 밖에서는 누적되는 변화를 줄 수 있고, 이 변화를 그대로 들고 스테이지에 들어올 수 있으니 전형적이지는 않다.
이런 선택지가 나오는건 좀 조율이 덜 되지 않았나 하는 부분
이처럼, 이 게임은 많은 부분에서 기존 게임의 요소를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했음이 드러난다. 일단 그것이 무조건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이라는 의미가 아님을 기억해주시길 바란다. 이 말을 돌려서 말하면 어떤 것이 이 게임에 최적의 형태인지 개발자들이 고민을 많이 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 생존 게임의 룰을 따왔지만 생존 걱정은 없는 아늑한 경영
경영 요소는 종교라는 테마와 아주 깊게 결부되어 있으며 동시에 역사적으로 전해져온 이교도, 도시괴담 또는 코스믹 호러 테마도 강하게 남아있다. 그러니 그저 ‘종교 경영’ 이라기보다는 ‘사교 경영’ 이라는 말이 더 적절하다. 신앙이라는 척도를 중심으로 돌아가며, 높은 신앙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공동체는 파멸을 맞이하게 된다.
기본적인 구조들은 생존 경영 게임에서 이어져왔고 먹고 잘 곳을 해결하고 테크트리를 올려 각종 건물을 지어나가며 거주지를 확장하는 방식은 매우 익숙하다. 기존 경영 게임에 등장하는 여러 요소가 사교도라는 테마에 맞춰 적절히 변용된 수준이라고 보면 타당하다. 밭을 만들어 작물을 키우고, 나무와 돌을 수급해 건물을 짓고, 신도를 늘려나가면서 각자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등 그간 여러 게임에서 친숙하게 보여진 메카닉이다.
다만 이 게임만의 특징은 역시 사원, 예배당 건물에 있다. 사원에서는 설교, 왕관/교리, 의식의 행동을 할 수 있다. 설교는 주기적으로 신도의 믿음을 수집하며 이것으로 전투 능력을 직접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왕관 능력 및 교리 설파는 던전이나 경영 중에 수집한 자원으로 교단 자체를 강화하는 일종의 퍽 부여 개념이다. 5가지 영역에서 4개까지 스킬 트리를 고를 수 있는데 총 8가지 선택지가 있고, 이것이 1대1 매칭이 되어 4번에 걸쳐 하나씩 선택하는 방식이다.
사원에서 하는 행동들이 경영 파트의 핵심
이 교리는 신앙 공동체를 운영하는데 있어서 핵심이 된다. 어떤 교리를 운용하느냐에 따라 기존에는 말도 안되는 행동이나 방식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인 교리를 채택하면 기존에는 죽은 신도의 인육을 먹이면 신앙이 팍팍 떨어지고 병이 걸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인육을 먹이면 신앙심이 깊어진다. 또 신도를 살해하거나 번제를 올리는 행동도 이런 방식으로 가능해지는 등, 경영 플레이의 큰 방향성을 결정하는 요소다. 왕관 능력은 플레이어 개인의 능력을 강화하는 부분이기도 한데, 가짓수가 대단히 많지는 않다.
이 경영 파트는 기존의 생존 경영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는 굉장히 단순해지고 압축된 형태다. 신도들의 욕구는 단순하며 일을 하는 AI도 그렇게 대단히 특출나지도 않다. 테크트리가 올라갈 수록 플레이를 좀 더 다양하게 해주는 수단이 늘어나지만 아무래도 이 게임의 경영 파트는 얼마나 고도화된 사회를 건설하느냐 보다는 얼마나 예쁘고 효율적인 마을을 만드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드벤처를 즐기며 이런 저런 플레이도 가능하기는 하다
경영 외에도 전투, 던전 밖의 플레이 파트는 여러 맵을 돌아다니며 다른 NPC 와 상호작용하는 부분이 있다. 초반 튜토리얼 NPC 인 라타우는 너클본이라는 미니게임을 함께 할 수 있으며, 부두에서는 낚시를 할 수도 있다. 또는 어떤 지역에서는 그 지역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자원이 있으며, 게임의 목표를 설정해주는 각종 퀘스트들은 단순히 던전 뿐만 아니라 이 어드벤처 파트도 돌아다니도록 하는 원동력이다.
경영 파트는 이렇게 굉장히 체계적이고 잘못하면 생존자들이 전멸하곤 하는 다른 생존 경영 만큼 빡빡하거나 복잡하지는 않다. 사실상 종교 공동체 라는 테마를 구축하기 위한 요소들로 채워져 있으며, 크게 어려움을 느끼기보다는 꾸미기 위주로 적응해나가는게 좋지 않을까 싶다.
■ 어느 장면을 찍어도 월페이퍼, 최고의 아트
‘컬트 오브 더 램’ 은 기획적인 부분에서는 허점이 많지만, 게임의 그래픽이나 연출에 한해서는 올해 최고의 게임이 될 수도 있다. 이 게임의 연출은 적백흑의 강렬한 색감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도, 충격적이고 코스믹 호러적인 장면을 동물 우화라는 필터를 한겹 끼움으로서 보통의 사람도 받아들일 수 있는 선으로 만드는 굉장히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다.
게임 내에는 당연하게도 불쾌한 소재가 가득하다. 인신 공양에서 신도를 채가는 크툴루가 생각나는 거대한 촉수, 틈만나면 똥먹고 싶다고 퀘스트를 주는 미친 신도, 한밤중에 다른 신도 죽여달라고 하는 미친 신도 등, 광기에 휩싸인 사교도 공동체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그런데도 이 게임은 특유의 아기자기함과 강렬한 연출로 플레이어를 좋은 의미로 기만한다.
그림체 자체도 매우 특별하지만 이를 구현한 기술적인 부분도 훌륭하다. 사실 기술 기반 자체는 3D 배경에 2D 평면 오브젝트를 수직으로 놓는 고전 기법이지만, 뛰어난 광원 처리와 이것이 돋보이는 게임의 분위기, 색감, 자연스러운 오브젝트 움직임 등이 결합되어 전반적으로 굉장히 고퀄리티의 애니메이션을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UI 나 연출도 이러한 게임 테마에 맞게 잘 맞추어져 있다보니 시각적인 면에서 위화감이 들지 않으며, 매 장면이 UI만 가리면 훌륭한 월페이퍼가 되어 준다. 오직 이것 하나만으로 플레이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최고의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 게임은 그런 마음으로만 플레이할 수 있을 만큼 가볍다. 하지만, 그 가벼움이 무조건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 게임을 쉽게 만들기가 단순하게 만들기는 아닐텐데
‘컬트 오브 더 램’ 을 중반쯤 플레이하다보면, 이 게임이 종합적으로 어떤 ‘목표’를 제공하느냐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실질적으로 처음에 주어지는 명시적 목표, 이 게임의 대전제는 4명의 다른 종교의 신을 처단하고 기다리는 자의 종교를 부활시키는 일이다. 그러나 이 목표는 여러 스테이지 클리어를 필요로 하고 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데에는 경영 요소의 영향이 들어간다.
하지만 이 게임의 가장 큰 아쉬움이자 문제점은, 이 두가지 서로 다른 장르적 플레이를 결합하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물을 매니악하지 않은 대중적인 게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게임을 전체적으로 너무나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물론 이 게임이 정석적인 로그라이크나 경영 시뮬레이션을 답습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렇게 무작정 깊이를 파고 드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을 보다 쉽게, 또는 접근성 높게 디자인 하는 방법론은 여러가지가 있음에도 이 게임이 선택한 방법은 ‘플레이 과정의 단순화와 반복화’ 라는 것이 계속해서 아쉬움을 남긴다.
경영은 전투 파트에 여러모로 영향을 미치고 강화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뭔가 ‘필수’ 수준까지 가는 부분은 오직 하나, 각 던전을 해금하는데 필요한 신도의 최소 숫자 뿐이다. 그래서 현재로서는 경영 파트를 왜 열심히 플레이해야 하는가 하는 설득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오직 귀엽고 예쁜 신도들을 좀더 편하게 살게 해주고 이들을 이용해 극한의 이득을 취하는 것만 노리게 된다.
새끼... 기합!
그러나 이렇게 경영 파트가 일종의 ‘경영 파트만의 최종 목표’ 를 거시적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탓에 플레이어에 따라 경영에 들어가는 수고가 매우 귀찮은게 되버릴 수도 있다. 특히나 경영 파트 자체의 완성도도 부족하기에 이런 단점이 갑자기 확 부각되는 순간이 온다.
예를 들어 경영 전반의 불편함과 세심하지 못한 디자인, 그리고 적절히 복잡하거나 다층적이지 못하고 너무 단순한 디자인이 문제다. 신도 관리 메뉴는 왜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적은 정보량만을 주고, 각 신도의 세부 정보를 열람하려면 모든 신도를 일일히 말을 걸어서 확인해야 한다. 축복 또한 그렇다. 일일히 각 신도의 상태를 확인하고 십수명을 일일히 축복을 걸어주어야 하며 아이템도 배분하고, 중후반부에나 풀리는 기능들을 플레이어가 몸으로 대신 때우고, 모자란건 어드벤처로 떼어오고…
이처럼 똥 치우거나 밥을 주거나 축복을 올리거나 주기적으로 설교를 통해 자원을 모으고 테크트리를 올리는 부분은 큰 고민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기계적으로 반복하게 되는 작업이다. 반면에 몇몇 상황에서 새 교리를 세우거나, 문제가 생긴 신도를 처리하거나 하는 상황이 생길 때에는 명확한 해답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교리들은 모두 그 효과를 꼬아놓아서 직관적으로 알아보고 예측하기 힘들며, 신도에게 문제가 생겼을 경우 죽이든, 번제를 하든 어떻게 하는게 가장 좋은지, 또 이 아이템을 선물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는 모두 겪어보지 않으면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다.
그러니까 이 게임의 경영 파트는 정말로 뭔가 거시적인 체계나 멋진 마을을 구상해서 짜놓는게 아니라, 이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잡다한 일을 플레이어가 떠맡는 일이 된다. 그래서 반복적이고, 지루하다. 만족감은 경영의 체계화에서 오기보다는 외관과 아기자기함에서 온다.
교주는 잡일담당이라는걸 기억해야 한다
물론 경영 자체가 너무 많이 자동화되면 플레이어는 오직 전투에만 집중할 것이기에 여러가지 플레이어가 직접 조작해야 하고 관리해야 하는 부분을 남겼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때문에 경영의 머리가 아니라 수발이 되어 잡다한 뒷처리를 하는, 플레이어는 교주인데도 똥 치우고 밥 해주고 하나하나 말걸어주는, 즉 ‘귀찮은’ 플레이를 떠안게 되어 버린다. 여기서의 문제점은 이런 잡다한 뒷처리들의 자동화 미비가 아니다. 경영 파트가 플레이어에게 던지는 ‘어떻게 해야 더 잘할까’ 하는 고민거리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또한, 전투 역시 게임의 중후반부로 가게되면 아쉬움이 생긴다. 중간 보스들은 각 던전에 등장하는 일반 몬스터의 강화 버전에 지나지 않으며, 4대신을 비롯한 보스전도 무게감이나 임팩트가 부족하다. 각 던전마다 환경, 몬스터가 파격적으로 바뀌지도 않는 편이다.
전투와 경영 양쪽에서 플레이의 비중을 맞추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해보이지만, 그럼에도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아쉽다. 플레이어가 양쪽에 다 신경을 쓰더라도 전투는 너무 쉽거나, 또는 어렵더라도 구조적으로 단순하고, 한번 클리어한 던전은 신도가 던져주는 잡다한 퀘스트나 던전에서만 나오는 재료를 구하는게 아니면 갈 일이 거의 없다. 절차적 생성 스테이지도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라 어떤 형태로 맵이 나오건 결국 타로 카드와 파밍을 위해 모든 방을 클리어하고 가게 되고, 방마다 특색도 적다.
무기의 경우에도 공격력과 공격 범위, 공격 속도와 연타 등이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각 무기의 성능이 대등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기상천외할 만큼 특이한 무기는 없다. 취향에 따라 특정 무기가 나오면 그냥 스테이지를 다시 시작하는게 나을정도. 보통 로그라이크 식의 전투는 무기가 강한 특색을 가지고 있으면 보조 스킬과 패시브를 붙여서 강점을 더 강하게 만드는 쪽으로 특화시키기 마련인데, 성장 구조가 워낙 단순해서 그게 불가능하다.
물론 로그라이크라는 명제 자체에 너무 매몰되어 이 게임이 무조건 어려워야 하고, 깊어야 한다고 대전제를 깔고 그걸 강요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 게임의 전투는 빠져들어 마스터할 테크닉이나 빌드 요소가 거의 없다는 것. 즉 단순해도 너무 단순하다는게 문제가 된다.
즉, 정리하자면 이 게임이 보다 캐주얼한 플레이를 지향한 만큼 게임이 쉽거나 깊이가 얕아지거나 일부 구성이 단촐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게임을 캐주얼하게 만드는 그 방법이 플레이어의 고민거리를 줄이고, 게임의 많은 부분을 단순 반복 작업으로 만들어버리기인 점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최소 16번 이상 돌입하게 되는 전투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하며, 경영 역시 플레이어를 단순 반복 노동에 밀어넣거나 여파를 가늠하기 힘든 선택지들을 던진다.
하우롱투빗(howlongtobeat.com)에 취합된 정보.
보통 이런 게임은 1회차는 짧아도 컴플리트 공략에는 오래 걸려야 하지만,
그만큼 반복 플레이 동기가 적고 깊이가 얕다는 반례다.
그리고 게임 빌드의 완성도에서도 비판이 있는 편이다. 필자는 한 번도 겪지 못하기는 했지만 여러 플레이어들이 다양한 버그를 경험했다는 후기가 다수 올라오고 있다. 즉, 이 게임의 대부분의 단점은 개발의 규모 자체가 작다는 이유가 부각된다. 버그를 위시한 플랫폼 지원, 사후 지원 역량의 부족은 인디 개발의 현실적인 한계이기 때문이다. 보통 이러한 소규모 게임들은 게임의 기본 볼륨 자체는 작되 여러모로 반복성을 고려한 요소를 넣음으로서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쪽으로 플레이 타임, 플레이 볼륨을 확보하는 편이다. 그러나 ‘컬트 오브 더 램’ 은 그러한 반복 플레이를 유도하는 깊이가 부족하다.
■ 그래도 역시나 매력적이며 독특한, 그래서 가치있는
결국 두가지 요소가 융합은 잘 되었지만 전투는 전투대로, 경영은 경영대로 너무 단순화된 부분이 있고 이것보다는 좋은 방법으로 게임의 난이도를 낮추고 접근성을 높일 수도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로그라이크와 생존 경영은 모두 코어 팬이 많은 일종의 적통성을 두고 격론을 펼치게 되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게임은 그러한 기존 장르적 특색을 최소한으로만 채용하고 게임을 최대한 간결하게 만드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게임이 괜찮은 게임이 될 수 있는 건 그런 장르론에서 떠나 명확한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시각적, 청각적 아트 스타일이다. 쉽게 말해 오직 이 게임만이 가진 그래픽과 음악이 있고 이는 부정할 수 없을만한 이 게임의 최대 장점이다. 당연히 그래픽이 게임의 전부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플레이를 어느정도 수준으로 맞추어 놓은 이상(비록 특정 장르의 팬들은 인정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러한 룩앤필, 그리고 게임의 독특한 테마가 돋보이기 마련이다.
내가 어떤 장르를 좋아한다는 기준을 떠나 이 게임의 룩앤필에 빠져들었고, 플레이하고 싶다면 누구나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두 장르, ‘로그라이크 액션’ 과 ‘생존 경영’ 에서 밀도 있는 플레이를 원한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어도 즐거움 자체는 없어지지 않는다. 귀여운 어린 양이 보살피는 똥쟁이 신도들의 우당탕탕한 사교도 키우기, 그것이 이 게임의 본질이다.
작성 / 편집: 이명규 기자 (sawual@ruliweb.com)